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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늘고 기술이전 증가···바이오 대세 기술은?

R&D 투자 늘고 기술이전 증가···바이오 대세 기술은?

등록 2024.08.12 18:27

유수인

  기자

'1700조'대 제약바이오시장서 '신규 모달리티' 각광TPD·ADC·CGT 유망 기술···'미충족 의료수요' 대안빅파마, 전통제약사, 바이오기업 등 기술 확보 나서

표적단백질분해제(TPD)·항체약물접합체(ADC)·세포유전자치료제(CGT) 기술 3종이 주요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주목받으며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도전하고 있다.

1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글로벌 신약기술 및 최신 연구개발 동향'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 달러(약1783조원)에 달하며, 오는 2028년까지 5.7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신규 모달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TPD·ADC·CGT 등에 R&D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초기 개발단계도 OK···게임체인저 'TPD' 빅파마 관심 급증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TPD는 신약개발의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약물치료제는 약물이 표적단백질에 결합해 단백질이 보유하고 있는 활성이 발휘되지 않도록 방해하는 분자기전으로 작동한다.

반면 TPD는 세포가 자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에 표적단백질을 선택적으로 근접시켜 해당 질병 단백질을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TPD를 이용한 신약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TPD 약물이 상대적으로 낮은 결합력으로도 표적단백질과 단백질분해 시스템의 근접성을 유도, 단백질 분해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질병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한 이후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에 재사용될 수 있어 약물 하나가 다수의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고농도 약물 사용에 의한 독성도 피할 수 있다.

신약개발의 표적을 비약물성 단백질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약물 치료제의 고농도 사용에 의한 독성, 약물 결합 구조 변성에 의한 내성 획득 등의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TPD기술에 대한 신약개발 업계의 높은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중·후기 단계 임상에 집중해 위험도를 낮추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초기 개발단계에 머무는 TPD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돌풍을 일으킨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월 네오모프와 14억6000만 달러(약 2조원) 규모의 TPD 신약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다케다와 데그론 테라퓨틱스는 5월 12억 달러(약 1조6460억원) 규모로 TPD 기술 중 하나인 분자접착제(MG) 개발 계약을 맺었다.

분자접착제는 기존 셍 기술인 프로탁(PROTAC)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분자 크기가 작아 흡수, 확산, 공정확립 및 품질관리 등에 있어 프로탁에 비해 약물개발에 상대적 장점이 크다.

이에 최근에는 프로탁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초기 TPD 투자의 경향이 분자접착제로 이동하고 있다.

BMS와 C4테라퓨틱스는 다발골수증을 대상으로 IKZF1/3 분해를 유도하는 분자접착제(CC92480)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암세포 생장의 핵심인자인 GSPT1의 분해를 유도하는 분자접착제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로슈와 선급금 5000만 달러(약 686억원),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한 몬테로사테라퓨틱스(MRT-2359)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GSPT1 분자접착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법인 연구소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SK Life Science Labs)를 통해 현재 7종의 TP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대웅제약, 동아ST, 일동제약과 같은 중견제약그룹도 TPD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직접 가동하거나 유빅스테라퓨틱스, 핀테라퓨틱스, 업테라와 같은 국내 신약개발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TPD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후보물질 'UBX-303-1'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올해 첫 환자 투약을 계획하고 있다.

오토텍바이오는 중추신경계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TPD 개발을 진행해 알츠하이머 유발물질 분해제(AB-12)에 대한 국내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김정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아직 TPD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이 나오지 않아 신약이 창출될 경우의 시장규모 파악은 확실하지 않으나 글로벌 TPD 시장의 2023~2030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7%, 시장규모는 2030년 33억 달러(약 4조52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빅파마들이 TPD를 잠재적 이익이 높은 유망 기술로 평가하고 있고, 초기 TPD 투자의 경향이 분자접착제로 이동 중"이라며 "분자접착제는 표적을 대상으로 설계가 가능한 프로탁에 비해 초기물질 발굴을 위한 설계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아직은 기존 IMiD 화합물 유도체를 이용한 단백체 분석을 통해 표적 단백질을 먼저 스크리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분자접착제 개발에 착수하는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바티스 등에서 특정 표적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할 수 있는 분자접착제 설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향후 AI를 접목해 보다 정교한 분자접착제 설계 기술이 개발된다면 TPD 기술은 또 다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8년 39조원 시장 전망···ADC 기술확보 활발


ADC는 항체, 링커, 세포독성을 가지는 약물 3가지로 구성된 접합체다. 높은 특이성으로 바탕으로 표적을 발현하는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내재화(internalization)를 통해서 표적세포 내로 약물을 전달한다. ADC는 항체보다 강한 세포 독성 등의 활성을 가지고 화학요법 치료제보다 전신 독성을 줄일 수 있어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DC는 2019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ADC 시장이 지난해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오는 2028년 280억달러(약 38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기술확보에 나섰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해 ADC 기업인 시젠을 430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합병했고, 애브비는 같은해 이뮤노젠을 101억 달러(약 14조원)에 인수했다. 이뮤노젠은 제넨텍과 HER2 ADC '케싸일라'를 공동 개발한 기업이다.

지난 1월에는 존슨앤존슨이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앰브릭스(Ambrx)를 인수했다.

MSD는 계약금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를 지급하고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하고 있던 3개의 ADC에 대한 권리를 샀다.

일찍부터 기술 확보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기술이전 실적을 쌓으며 경쟁력을 알리고 있다.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는)은 지난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HER2 ADC인 'LCB14'를 208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으며, 2020년에는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개발한 'LCB71'(ABL202)을 중국 시스톤 파마수티컬스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작년 말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한화 약 2조2192억원 규모의 빅딜을 체결하기도 했다.

복제약(제네릭) 위주로 성장해 온 전통제약사들도 미래 먹거리로 ADC를 점찍고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문의약품 자회사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 기업 '앱티스' 인수를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 신약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앱티스는 항체 변형 없이 위치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시킬 수 있는 3세대 ADC 링커 기술 '앱클릭(AbClick®)'을 보유 중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네덜란드의 생명공학기업 시나픽스로부터 ADC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권리를 도입해 항암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밖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 기업 또한 ADC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공동연구 및 라이선싱을 시도하고 있다.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는 "ADC는 본질적으로 페이로드를 표적세포에 전달해 작동하는 모달리티다. ADC의 성공은 종양에 얼마나 더 많은 약물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이중항체와 같이 페이로드를 좀 더 종양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항체, 강화된 내재화 현상, 종양의 회피기전 차단 등의 관점에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페이로드 역시 종양 특이성을 높이는 방향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다소 무차별적이며 고활성의 세포독성약물을 뛰어 넘어서 종양세포에서만 활성화돼 있는 신호전달 체계를 저해하거나 종양세포에서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합성치사 약물을 개발한다면 보다 강력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차세대 ADC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GT' 미총족 의료수요 해결 대안, 글로벌 협업 필요해


CGT는 현재의 치료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달리티다.

전통적인 약물치료와는 달리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수정하거나 세포 조작기술을 활용해 치료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사용하기에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45.7%를 기록하며 약 11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GT에는 주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 유전자 편집기술(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대체 요법 등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길리어드(예스카타), 노바티스(킴리아), 스파크 테라퓨틱스(럭스터나)가 CAR-T 치료제 및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블루버드 바이오의 '진테글로'의 경우 평생 수혈을 받아야 하는 지중해빈혈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비롯해 많은 CGT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차바이오텍, 지씨셀 등도 세포치료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특히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첨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환경을 더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인보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현재 식약처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CGT의 승인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규제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며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임상 시험의 신속한 승인 및 심사를 위한 전담 부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식약처의 신속심사제도 등을 통해 승인 과정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 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규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내 연구소와 대학, 기업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비교하면 기술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에 국내 기업들은 최신 제조 기술을 도입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