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불멍

envy05 2022. 11. 28. 15:07

2022년 11월 오후

군위의 어느 작은 마을 전원주택에서... 장작 타는 소리 ASMR

 

불멍~

큰 가마솥의 아궁이...

가마솥 위에는 곰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나는 1석 2조를 참 좋아한다.

곰탕 끓이면서 나 혼자 힐링.

불~ 멍~ 

캠핑장에서 장작을 돈 주고 사서 하는 불멍도 좋았으나,

가마솥을 끓이면서 하는 불멍이 더 좋다.

 

아들이 불멍을 보더니

"엄마 참 좋다. 나름 낭만있다"

그러고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혼자 불멍을 쳐다보며, 깊어가는 가을의 밤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예쁘다.

팔각정 끝에서 보는 별들이 참 아름답다. 

요 몇일 자주 생각나는 시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아버님이 내어주신 군고구마 3개

아궁이에 넣어 잘 익혀 꺼냈더니, 너무 새까맣다.

불길이 닿는 곳에는 넣지말고, 잔불에 넣어 익혀 먹으라던

말씀대로 했는데.ㅋㅋㅋ

반은 버리고, 반은 먹고, 

 

사는게 이런건가 보다. 

 

너무 뜨거우면 모든 관계가 빨리 끝난다.

 

나는 이렇게 소소하게,

작은거에 행복을 느끼며,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식고,

천천히 타오르는

잔불처럼

살고싶다. 

 

예뻐 보이는 불멍이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그을음 냄새 정말 몇일을 간다.

내 옷과 머리, 몸뚱아리 모두가 마치 숯불바베큐가 된듯하다.ㅋㅋㅋ

 

하얀잠바는 온통 검은 재들이 묻어 거뭇거뭇하다.

그래도 좋다.

빨면 다 하얘질 것이고, 행복한 가을날 불멍에 대한 대가인것을... 

 

캠핑 느낌 물씬나는 불멍 참 좋다. 

그 곰국의 맛은 더 좋다.

 

아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다.

 

자라서 할아버지가 장작을 피워주시고,

할머니가 고아 주시는 그 담백한 곰국의 정성과 사랑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이런 정서를 느끼고 자란 아이는 커서

본인의 아이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한거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